심미적인 고품격 로맨스 영화
1.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고품격 로맨스 영화
기존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 "박쥐", "아가씨" 등을 살펴보면 대부분 잔인한 폭력성이 강조되거나 금기된 성적 도전 등이 내포된 강력한 느낌의 영화가 많은데 2022년 6월에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아주 섬세하고 절제된 15세 이상 관람가의 로맨스 장르입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각본을 직접 쓰고 공동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헤어질 결심 역시 정서경 작가의 협업을 통해 극본을 쓴 경우에 속합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는 모니터 한대에 키보드를 각 각 1대씩 연결하여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를 돌아가면서 작성하였는데 이런 방식을 통해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일화는 아주 유명합니다. 결국 두 사람의 생각을 공유하며 새로운 방식의 영화 속 대사를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 되었습니다. 정서경 작가는 처음부터 탕웨이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으며, 박찬욱 감독 역시 박해일 배우의 평소 말 습관, 태도 등을 잘 알고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대본을 썼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극 중 두 배우의 대화법이 관객들에게 더 신선하고 품격 있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도 박찬욱 감독만의 미장센 기법이 돋보였는데 여기서 미장센이란 연국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을 일컫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한번 보고 나면 숨겨진 내용을 다 파악하기가 어려워 여러 번 극장을 찾아가 봤다는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모나리자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포스터와 청록색을 배치한 경찰서 공간과 여주인공의 벽지 그리고 여주인공의 의상, 산과 바다의 의미 등 여러 가지 심미적인 요소와 상징적인 의미가 어우러져 영화가 멜로적인 요소가 더 증폭됩니다. 또한 로맨스 영화지만 흔한 남녀 사이의 선정적인 장면 없이 두 주인공의 섬세한 대화와 행동만으로 사랑이라는 관계를 누구나 알 수 있게 표현했다는 장점이 아주 큰 영화입니다. 바로 이점이 이 영화를 고품격 로맨스 영화로 부를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2022년 제4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적이 있어 "깐느 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2. 아름다운 영화의 서사
높은 돌산의 봉우리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시체가 있습니다. "해준"과 동료는 이 사건이 단순 추락사인지 살인인지 알기 위해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사망한 사람은 "기도수"라는 중년 남성으로 젊고 아름다운 중국인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인 "서래"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보통사람이 표현하는 슬픔과 애도가 없었고 "남편이 마침내 죽었습니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아내는 남편의 살인에 대한 용의자가 되어 "해준"은 그녀를 감시하며 조사를 합니다. 남편 사망시간에 그녀는 치매 걸린 할머니 집에서 간병을 하고 있었으며, CCTV에도 증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준"은 그녀를 의심하며 그녀의 집 근처에서 잠복하면서 지켜봅니다.
죽은 시신의 손에서 그녀의 DNA가 나오는 등 몇 가지 사례가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무혐의로 사건은 종결됩니다. 그러나 "해준"은 주말부부로 아내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서래"에게 관심이 있었고 어느새 서로의 집에도 다녀가고 부산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래"는 "해준"이 미결 사건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던 것도 피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어느 날 "해준"이 "서래" 대신 치매 걸린 할머니를 돌보러 갔다가 우연히 할머니가 "서래"와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안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할머니가 해발 138M를 갔다는 증거를 발견합니다. "해준"은 사실 "서래"가 남편을 밀어 뜨려 추락사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해준"은 "서래"에게 품격을 가지고 있던 자신이 붕괴되었다며 핸드폰을 멀리 바다에 던지라는 말과 함께 헤어짐을 고하게 됩니다.
그 뒤 "해준"은 안내가 있는 이포로 이사를 가고, "서래"는 다른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여 이포로 오게 됩니다. 이포에서 그들은 각자의 배우자와 함께 이포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서래"의 남편이 집 앞 수영장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어 또다시 "해준"은 이 사건을 맡게 되고 다시 "서래"와 조우하게 됩니다. 남편이 살해되기 전 "해준"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게 되며, 아내는 "해준"과 "서래"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남편은 "해준"의 음성 파일을 반복해서 듣는 아내 "서래"를 보고 "해준"을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했고 이제 "서래"는 남편이 사기 친 피해자의 어머니의 병실로 가서 어머니를 안락사시킵니다. "서래"의 남편의 피살로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사실 "서래"의 남편은 사기 친 피해자에 의해서 살인을 당했고 "서래"는 피 냄새를 싫어하는 "해준"을 생각하며 핏물 가득한 수영장 물을 빼고 피를 닦아냈습니다. "서래"는 "해준"에게 치매 할머니의 핸드폰도 돌려주면서 "해준"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바닷가로 향하면서 두사람은 전화로 서로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백을 합니다. 그녀는 통화가 끝난 후 간조 때 바닷가에 모래를 파고 들어가 만조 때 자살을 택합니다. 그런 그녀를 "해준"은 정신없이 찾아 헤맵니다.
3. 아름다운 대사와 심미적 영상으로 여운이 남는 영화
중국 출신의 여주인공이 한국어로 대사를 할 때 귀를 더 쫑긋거리며 집중해서 듣게 되는 대사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서래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서 중국어로 하는 말이 너무 달콤했습니다. "나에게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주세요. 갖고 싶네." "나는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요" "해준"에게 영원한 사랑이 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해준"이 "서래"에게 사랑한다고 직접적으로 말 한적은 없지만, 그녀는 그녀에게 사랑고백이 되었던 대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 듣습니다. "당신 목소리요, 반복해서 들었어요.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서래"의 슬픈 사랑고백이 들려옵니다. "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서래"가 "해준"에게서 들었다는 사랑고백이 되었던 말 "깊은 바다에 버려", 형사로서의 품격, 자존감이 떨어진 그가 "서래"에게 이별 고백하듯 말합니다. "나는 붕괴되었어요."
실제로 영화를 첨에 접했을 때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배우의 발음으로 놓치는 부분도 있었고, 숨겨진 의미를 단번에 파악하지 못해서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나 "서래"역을 연기한 탕웨이 배우 자체가 지닌 고혹적인 여성미가 더해져서 영화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어서 캐스팅도 영화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 본 영상은 반복해서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 영화는 여러 번 보면서 숨겨진 의미를 다시 한번 파악하기도 하고 놓친 영상을 다시 발견 해기도 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해주"가 "서래"의 집 근처에서 잠복근무를 할 때 마치 옆에서 직접 지켜보는 것과 같은 영상 연출은 아주 인상적이었고, 물리적 배경과 배우들의 의상, 소품에서 청록색과 파란색 등의 유사 색상을 매치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산과 바다의 구분을 통해 성향을 드러낸 점 모두 심미적이면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해준"의 미결 사건이 되려고 간조인 모래사장 구덩이에 들어가는 "서래"를 보는 순간 인간의 사랑이 저런 방식으로도 혹은 죽음으로 이뤄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을 아름다운 서사로 보여주는 "헤어질 결심"이라는 작품을 저는 앞으로도 종종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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